열심히 vs 잘 vs ?
나는 자전거로 약 15분 가량의 길을 통근한다.
오늘은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내려올때는 하찮게 보이던 내리막길이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나에게 왜 그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자전거였으면 30초면 내려갈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뇌리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보통 '열심히 하겠다.' 또는 '열심히 했다.' 라는 말을 하고, 이를 듣는 청자(보통 관리자?)는
'잘해라.'로 응수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서는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이 '잘하겠다.'라는 의미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게 전달된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열심히라는 말은 중의적인 것 같다.
'내가 진짜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했는데~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근데 사실은 잘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잘해라', '잘하지 그랬어' 라는 말은 너무 열받는다.
그래서 걸어오는 내내, '잘해라'를 듣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 나쁘지않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봤는데
하찮은 내리막길을 열심히 걸어 내려와도 자전거를 타고 30초만에 내려오는 것과 비교하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려오는 와중에 뒹굴거나 넘어지지 말아야 하니 품질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결론은 생산성으로 귀결 되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제시간 내에 실수없이 틀리지 않는 것. 혹은 더 빠른 시간내에 해내는 것. 그러려면 기존에 하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밤을 세서 한다거나, 하나하나 정성을 드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고민하고 생각해야한다.
1시간 분량의 일을 동일 품질로 40분으로 당기는 것,
1시간 분량의 일을 더 높은 품질로 1시간 30분에 끝내는 것.
나는 둘다 잘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다만, 조언을 해줄때는 '잘해라'라고 얘기하지 않고 '생산성 있게 해봐.'라고 얘기하고 싶다.
from 가을 비가 내리던 어느 아침 출근길 생각